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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며

아 장미가

by 김황도 2012. 5. 9.

 

 

어떻게 끌러졌는지 모르게 줄이 풀려서

어딜 돌아다니다 온건지 엄청 헐떡이면서 들어왔다

다들 집안에 있느라 개가 풀려서 나가는 걸 보지 못한거다

놀란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어디서 싸우고 온 것 같았다

코 옆에도 피나서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근데 흥분한 상태가 너무 오래 가고

보통 싸우고 온게 아닌거 같아서

혹시나 하고 아랫집에 가봤다

 

아니나다를까..

아줌마가 저 윗집 사는 사람이냐고

아까 우리개가 내려와서 그집 개랑 싸웠다며

개 풀러놓지 말라고

자기네 개가 묶여 있어서 일방적으로 많이 당했다고

 

근데 듣는 순간엔

놀라서 헥헥 거리고 있는 우리개 생각에

'저번에 자기네 개 풀어놔서

지나가는 우리개한테 일방적으로 싸움 건 건 생각 안하고

난 그때 제대로 사과도 못받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개는 5년동안 일부러 풀러논 적이 없는데

자주 풀러놓고 아침 산책도 풀러놓고 시켜서 우리집 마당까지

들어오게 하는 사람한테 들을말은 아니라는 생각에

욱했다.


근데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만 하고 있을때가 아니라

우리개가 풀려서 그집에 가서 그집 개랑 싸웠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저번에 그집 개랑 오늘 우리개가 똑같은 행동을 한거여서

만약 그집 개가 우리집에 와서 그랬으면 더 화났을 것 같고

아니 상대 개의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일이 생기면

더 난감하고 놀랐을 것 같다.

 

아무튼

저번일이고 언제고 지나간 일  생각하면서 지금 잘못을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거다.


남이 나한테 한 잘못보다 내가 남한테 한 잘못이

나중에 잘못이란걸 깨달았을 때 더 나를 힘들게 만드는 걸 이제는 안다.

 

줄이 어쩌다 풀렸는지

개 키우면서 느끼는건 줄이 풀러놔서 개들이 자유로워 하는만큼

위험도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비슷한 개 키우는 집이어서 다행인거지

아니었으면 놀래서 우리개를 엄청 때려서 내쫓았어도 지금 상황엔

할말이 없는거다.

 

개들이 심한 상처가 날 정도로 싸우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