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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며

갑자기

by 김황도 2012. 4. 30.

생각난 건데 ..


내가 기억하는 일들을 같이 했던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느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정도로

묘하다.. 기분이.

이상하게 건망증은 심한데 시간이 지난 일들은 잘 기억 하는 나한테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 사실이 처음엔 이해가 안갔다.

이걸 왜 모를수가 있지?  장난 치는건가? 이러면서

솔직히 지금도 왜 그렇게 다들 쉽게 잊는것인가 싶은 것도 없잖아 있고

다들 시간이 지나면 더 기억이 나게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 기억이란건 큰 일보다 어느날의 어느 한 장면들인 사소한 일상들인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즐겁게 기억을 꺼냈을 때 상대방이 기억 안난다고 하는 그 때의

기분은 아무래도 적응이 안된다.


그래도 난 그렇게 저절로 내 기억에 남는 일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도 뭔가 즐거운 일상의 기억으로 남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니...

그리고 짜증내게 된다 왜 기억을 못하냐고

그리고나서 나도 그 기억을 같이 잊어가게 된다.

정말 이상한데 진짜 그렇다.


상대방이 기억 못하는 추억 같은건 나한테도 이미 추억이 아니게 되는 느낌


그래도 잊지 못하는 일들도 많다.

 

어릴 때 아빠랑 언니랑 드라이브를 자주 다녔는데

터널을 지날때 아빠가 '터널이 끝날때까지 숨을 참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고 했다.


그 후로  매번 터널을 지날 때마다 숨참기를 하고 언니랑 내기하듯이 숨을 참다가

못참아도 그 자체가 기분 좋게 느껴지고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과 있어도

터널 지날 때 숨참기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재작년 여름

아빠랑 엄마 심부름으로 묵을 사러 갔다오는 길에

터널을 지나면서 아빠한테 터널 지날때 숨참는건 남산 터널은 정말 힘들다고

정말 터널이 길다고 얘기 했더니

아빠가 왜 숨을 참냐고 했다.

 

 

아빠가 그런얘길 했잖아 라고 하니까

그랬나 기억이 안나네

왜 기억이 안나 아빠가 그랬잖아

글쎄 처음 듣는 얘긴데

 


그땐 정말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울었다.

아빤 왜 우는지도 모르고  집에 도착하니까 엄마도 이유를 몰라 아빠한테 또

딸 속상하게 했냐고 묻는데 아무말 안했다. 엄마는 어차피 모르니까


근데 그때가 아빠 뇌경색이 심해지던 때라서 기억력이 급격히 안좋아지는 시기였다.

결국 그 해 겨울에 뇌출혈 수술을  받고

기억력은 더 안좋아졌다.

요즘엔 예전 얘기들을 했을 때 아빠가 기억이 안난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지만


그 시기엔 그런 이유같은걸 알지도 못했고 저런 일들이 있을때마다

울었던 것 같다.

몸도 안좋아지고 그러면서도 담배도 계속 피고 남들 앞에선 너무 멀쩡해 보이는 아빠가 요즘에도 미울때가 많지만


저 때의 '기억 안난다.' 라는 말을 들을때만큼 슬프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저 이후로도 터널 지나갈 땐 숨은 참는다...

 

큰 이야기를 하게 됐지만 자잘하게 즐거웠던 기억들을 잊어버려 버리는

많은 기억의 상대방들에게 난 상실감을 느낀다.

그때의 상대방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닌 그런 느낌도 들고


마음이 좀 그렇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기억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에게 한  사람은

내가 두, 세살 때의 이야기를 해주는 엄마 뿐이라는것도 한가지의 이유다!!

난 누가 뭘 얘기해도 다 기억하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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