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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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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도 2013. 5. 28.
개들한테 나는 좋은 냄새가 있다.
발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
오줌을 밟아서 나게 되는거라 하는데 암튼
난 그 냄새를 너무 좋아한다.

근데 며칠 전부터 우리 개들한테 새로운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계속 맡으면서 애들한테 되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언니한테 말하면 언니는

"발바닥 오줌 냄새지 뭐" 하기만 했다.

분명 그 냄새랑 다르고 어디서 맡아 본 냄샌데
뭐지 뭐지 한 지 며칠만에

자려고 누워서 머리맡에 등 돌리고 누운
우리개 한테서 나는 냄새를 맡고 기억났다.

똘똘한테서 나던 냄새.

맞다. 그건 똘똘이한테서 나던 냄새였다.
항상 똘똘이한테선 다른 개들하고 다른 냄새가
난다면서 말하던 그 냄새.

밖에서 키우는 개들한테서 나는 냄새도 아니고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들 발냄새도 아니었다.

똘똘이가 가고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 건
내 기분하고 상관 없이 기억이 너무 잘 잊혀져 간다는거였다.

냄새 촉감 생김새 그 중에서 냄새는 기억에서
잊혀진다기보다 그냥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똘똘이가 가고나서 똘똘이가 쓰던 이불도 자리도
엄마가 바로 빨고 청소하고 목걸이 목줄까지
똘똘이 냄새 하나 남기지 않고 빨아버렸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은 이미 가기 전 전날에
벗겨서 빨래통에 넣어버린 걸 나중 나중에야 보고
이주만에 빨래를 개다 발견한 똘똘이 옷에선
피죤 냄새뿐이었다.

이미 그때 똘똘이 냄새를 잊은건도 모르겠다.

어릴때부터 공기 냄새를 맡고 언니랑 같이

'오늘은 우암산 냄새 난다.'
'갑자기 옛날냄새 난다.' 라고 하는데도

우리 개들한테 나는 똘똘이냄새는 왜 바로 몰랐을까

뭔가 좋은냄새 난다..했었는데

실제로 그 당시엔 똘똘이 냄새가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맡은 똘똘이 냄새는
왜 이렇게 좋기만 한건지. 더 슬프게.

예전엔 똘똘이 모습을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슬퍼했는데
언제부턴가 어떤 모습이 딱 기억 나지도 않고
그냥 없다는게 슬프다.

차라리 똘똘이가 없다는걸 모르고 살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하고 살 수 있었으면
이렇게 슬프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제 없다는게 그 사실만으로 몇배가 더 힘든 것 같다.

우리 개들하고도 떨어지면 또 이 냄새를 언제 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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