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새로운 집으로 옮겨줄라는데 엄마를 물고 도망갔다.
몇시간 뒤 겨우 잡아서 데려가는데 이번엔 날 물었다.
좀 많이 부었다.
작년 여름? 쯤에 마당에 돌아다니던 피부병 걸린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마당 한쪽 평상밑에
새끼 네마리를 낳아놨다.
엄마가 발견하고 불쌍하다고 밥주고 키우게 됨
어미 고양이가 도망가면 새끼들도 뿔뿔이 흩어질까봐
어미고양이한테 목줄을 해놨었다.
고양이는 줄로 묶는게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지만
그땐 딴 방법도 없고 그 어미고양이가 애완고양이로 살다가
주인이 개장수한테 만원에 파는 바람에 들고양이 신세가 됐던터라
매일 우리식당 마당에 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놀려고 하고
들고양이들과 못어울리고 살았어서 그런가
목줄에도 금방 적응 했었다.
일단 밥을 꼬박꼬박 주니까 더 적응을 잘했던 것 같다.
아무튼 새끼낳고 병 걸렸던 피부도 잘 먹기 시작하니까 점점 나아지고
겨울이 돼서 한쪽 수돗가로 만든 공간에 새끼 네마리와 어미고양이 한마리까지 다섯마리를
좀 따뜻하게 살라고 집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풀리면서 이제 식당도 대청소를 슬슬 해야하니까
고양이들 집을 옮기기로 함.. 엄마가.
어미고양이는 원래 순하고 말도 잘듣는다. 그리고 다른 네마리도 그럭저럭 우릴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마리가 며칠전에도 밥 주려고 문여는 순간 나가서 두시간 가까이 불러 들이느라 힘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갑자기 새로 생긴 방으로 옮기려고 데려가는데 중간에서 버둥거리면서
날 할퀴고 엄마를 물고 도망갔다.
또 몇시간을 유인했다가 기다렸다가 하면서 애들 있던 자리도 청소하면서 기다림
자기 집인건 알아서 그런가 자꾸 주위를 맴돌긴 하는데
잡히진 않는다.
어찌어찌 하다가 집으로 들어간 순간 문 닫고 잡아서 어미 고양이랑 형제들 기다리는
집으로 데려가는데 또 가다가 날 물기 시작해서
난 안놓치려고 잡고 있는 손을 안풀다보니 좀 깊게 물렸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 관절 부분을 뼈까지 문 듯.. 물고 더 들어갈데 없이 꽉 물리는 느낌이 났는데..흐윽.. ㅠㅠ
며칠전에 집나가서 밤에 고생 시킬때 배신감이 들었는데
이번엔 말도 못하게 미웠다.. 너무 아프다
근데 또 밖에 와 있다. 저걸 보니 또 불쌍해지고..
이미 집고양이가 된 것 같다. 어미 고양이가 잘 가르친 듯 ..
고양이 키우면서 든 생각이 쟤네도 매일 밥을 제시간에 먹을 수 있으면 가족끼리 살고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어미고양이는 묶여 있지만 새끼들은 묶어놓지 않고 이미 다 커서 저렇게 돌아다니고 도망갈 수 있는데도
집 주변을 맴돌고 자기 집을 찾아 들어간다.
어미고양이가 집고양이로 자라서 새끼들도 그렇게 가르친 걸지도 모르지만
많은 고양이중에 그런 애들이 쟤네 뿐만도 아닐 것 같고
도둑고양이라도 먹을걸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게 아무렇지 않은 일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쟤를 다시 가족들 있는데로 데려다 줘야 하는데
제발 가만히 있어라..
엄마가 또 고양이를 잡으러 장갑을 끼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