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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무서

기묘한이야기

by 김황도 2011. 12. 18.

<전단지 나눠주는 사람>

여자친구가 겪은 일.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역 근처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과 만났다.

평소 전단지를 건네면 받지 않는 성격에
그날도 무시한 채 지나치는데
집요하게 건네는 손길에 강하게 뿌리치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전단지를 나눠주던 청년은 그만 넘어졌고,
여자친구 역시 당황하여 서둘러 벗어났다.

여자친구는 집에 돌아와
내게 방금 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는데
갑자기 여자친구 집 밖에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한다.

문을 열어보니 우편함에
아까 전단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나…….

 

 

 

 

<악마와의 포커>

악마를 만났다.
무슨 이유인지 악마와 포커를 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의 승부 끝에
결국 악마에게서 승리를 얻었다.

포커에 진 악마는 상당히 분했던지,
갑자기, 오늘 가려고 한 **콘서트 티켓을 가져갔다.

……꿈이었다.
그건 그렇고 승부에서 져놓고,
티켓을 가져가다니 너무 한 거 아닌가.

어라?
꿈이었을 뿐인데 티켓이 안 보인다.
방 안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제길, 결국 콘서트에 가지 못했다.
예매하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집에서 처량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이런 소식이 나왔다.

"오늘 **콘서트가 열린 소극장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나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악마와의 거래>

절망했다.
삶에 절망했다.
죽을 용기조차 없다.

오래 전부터 보험에 들어 수취인을 어머니로 했다.
어머니는 여자 혼자 힘으로 날 키워주셨다.
정말 감사드리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이젠…….

그런 내게 갑자기 악마가 나타났다.
내 마음에 응한 것인가.

"뭔가 부탁하고 싶은 모양이지? 나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소원을 들어주지."
"내 소원은 죽음이다. 죽으면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다."

"좋다. 들어주지. 그 전에 대가를 받아도 상관없겠지?"
"음, 알았다. 대신 10분 정도 시간을 줘. 정리하고 싶은 게 있어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다.
흠, 무엇을 이야기할까.

내 방으로 나와 어머니가 계실 부엌에 갔다.
어머니가 안 계셨다.
늘 이 시간에는 부엌에 계실텐데 어디 가셨지?

거실에 가니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다.
그런데 가슴에는 칼이 박혀 있었다.

 


 

 


 

<어머니의 수첩>

나는 외동으로 자라 부모님께 사랑받으면서 자라 왔다.
특히 어머니께서는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 해주셨는데, 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패를 해도 화내지 않으셨다.
그런 어머니를 굉장히 좋아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전화였다.

"**아, 지금 마트에 왔는데, 냉장고에 당근 있는지 봐줄래?"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려고 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냉장고 위에 놓인 수첩.

일단 당근이 있는 걸 어머니께 전했다.
전화를 끊고, 살그머니 냉장고 위에 놓인 수첩을 손에 들었다.

수첩은 어머니께서 옛날부터 손에서 한순간도 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셨던 것으로, 상당히 낡아 있었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내게 화를 내지 않으셨던 어머니.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패를 할 때마다 수첩에 뭔가 적고 계셨다.
지금까지 계속…….

나는 무엇이 적혀 있는 지 궁금했다.
호기심이 가득 찬 나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수첩을 펼쳤다.
우연히 펼친, 한 가운데의 페이지, 거기에는 이렇데 쓰여 있었다.

"오늘의 ** -3점, 나머지 점수 32점."

 

 

 

 

 

 

<어머니의 특별한 능력>

어머니께선 다른 사람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건 사람의 죽음을 예지하는 것.

1.
초등학교 다닐 적, 날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참다못해 어머니에게 상담하자,

"신경 쓰지 마렴. 그 애는 명이 그리 길지 않아."

라고 타이르셨다.

이틀 뒤, 그 아이는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었다.
아무래도 급히 뛰어가다 발을 헛디딘 것 같다.

2.
중학교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을 편애하는 담임선생님의 일을 어머니께 상담하자,
"신경 쓰지 마렴. 네 담임선생님도 그리 명이 길지 않으신단다."

하고 위로해주셨다.

며칠 뒤, 담임선생님께선 지하철에 뛰어 들어 자살하셨다.
다른 선생님께선 과로가 큰 원인이라고 하셨다.

3.
고등학교 때도 아버지와 크게 싸운 일이 있어 어머니께 상담하였다.

"한 분뿐인 아버지시잖니, 사과드리렴."

몇 개월 뒤, 트럭 운전기사였던 아버지는 업무 중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정비 불량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액의 생명보험이 있어서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
역시 어머니는 대단하셔.

 

 

 

 

 

 

<동창회>

아침부터 두근두근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모두들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여전히 말랐구나.)
(B는 얼굴이 화사해졌네.)
(C는 선생님이 되었을까?)

멀리서 모두를 관찰하는 내 눈에
눈에 띄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아, D군…….)

D군은 대학교 다닐 적에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물론 짝사랑이었다.

정말 그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D군은 일이 바빠서 동창회에는 매번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안 쪽을 보니 문득 E양의 얼굴이 보였다.
E양도 모두가 반가운지 웃고 있는 표정이다. 물론 사진뿐이지만.

(E양, 정말 미안해. 힛힛)

나는 앞으로 D군과의 일을 생각하며
절을 했다.

 

 

 

 

<부부싸움>

요즘 아내가 매우 차갑습니다.

사실 일주일 전에 부부싸움을 했는데,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손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때린 죄책감에 집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니 아내는 매우 화가 나 있는 듯 했습니다. 이불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화는 물론, 요리 등 가사도 해주지 않습니다. 침실에 나오지 않은 채로, 식사도 하지 않습니다. 쓰레기는 점점 쌓여가고 아내에게서, 아니 집 안에서 심한 악취가 납니다.

게다가 부부싸움을 한 날부터 버스에서 계속 새치기를 당하거나, 음식점에서 주문을 계속 받지 않는 등 절 무시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제가 아내를 손찌검한 한심한 남자라서 그런가요?

점점 사람들은 절 무시하고, 일도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하면 아내와 화해할 수 있을까요?

 

 

 

 

<세사람이다>

몇 년 전 살인사건이 있었던 흉가에 친구들과 갔다.
나와 친구 A, B 이렇게 셋.

"혼자 살고 있었던 남자였다며?"
"진짜 불쌍하다. 토막 살해 당했다던데?"
"나라면 저승에 못 갈 것 같아.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지?"

이렇게 대화하며 흉가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깨끗한 집.
분위기는 음침했지만, 이렇다 할 불가사의한 현상은 없었다.

"귀신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네. 넌 봤어"
"아니, 나도 못 봤어. 넌?"
"나도 못 봤어."
"나도 그래."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살짝 아쉬웠지만 속으로는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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