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무서

영감소녀

김황도 2011. 12. 18. 03:55

제가 7살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충남에 살았었습니다. 아마 공주사대부고 근처에서 살았던걸로


기억합니다. 학교 옆으로 자취방 골목이 있는데, 지금은 공주도 발전해 많이 변했겠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 높은 언덕 주변으로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었죠.


제가 7살이었던 해 여름에-18년전여름- 정말 엄청난 비가왔었습니다.


수해도 많았고, 실제로 시골에서는 수십채의 집들이 산사태에 뭍혔다는 뉴스가 기억납니다.


제가 살던집은 지형이 다른곳에 비해 약간 높은 지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릎 위정도까지 물이


찼었죠. 지금 내 키로 따지면 무릎도 안되는정도 였겠지만....


그 때 당시만해도 포니가 택시의 주를 이룰때였던것으로 기억납니다. 그 진한 연두색의 포니택시.


그리고 우산은 벼락맞기 딱좋은 뾰족한 철침으로 된 우산이었죠.


저희 엄마는 우산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비오는 날이면 항상 우비를 챙겨줬었죠.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우비를 쓰고 다녔습니다. 그 때는 2단우산이 굉장히 귀했었죠. 사실 있었나 없었나도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튼 우비를 입고 신으나 마나한 노란 장화를 신고 집에 오는데, 언덕을 올라가기 직전에


내 앞에 택시(연두색포니가 생생하게 기억남)가 서더니 한 남자와 여자가 내렸습니다.


잊을수도 없습니다. 그 남자는 군청색의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했고, 여자는 크림색의 어깨 뽕 가득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죠.


남자가 먼저 내려 우산을 펴고 여자가 내렸는데 동시에 번개가 쳤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려다가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돌아봤습니다.


"...끄윽..." 하는 소리가 장대빗소리에 뭍혀서 작게 들렸고, 뒤로 이어지는 털썩 소리는 제법 크게


들렸었죠. 그 소리에 뒤를 돌아봤는데 아까 택시에서 내린 남자,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었고


2미터쯤 갔던 택시에서 택시기사가 내려서 그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죠.


곧 사람들이 모였고, 저는 그 나이에도 뭔가 사건이 일어났구나 라고 알 수 있었죠.


번개를 맞았다는건 대충 짐작으로 알았지만,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만화에서 보면 반화 주인공들이 번개 맞았을때, 머리가 지지지직 타고 얼굴에 숯검댕만 묻는 정도 잖아요.


오히려 그 장면을 생각해내게 한 웃긴 사건이었는지도 모르죠.



늦은 시간 아빠가 거의 비를 다 맞고 퇴근을 하셨죠. 저의 아빠는 경찰이셨습니다.


저는 항상 아빠가 오는 시간에는 깨어 있었죠. 아빠 주머니에서 나오는 잔돈들이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을 했었던거 같습니다.


아무튼 아빠가 들어오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오늘 비와서 일찍들어올려고 했는데..."



이러시는 거에요. 엄마가 무슨일이냐고 묻자,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신혼여행을 갔다 온 한 부부가 번개에 맞아서 즉사를 했는데, 그 일을 처리하다 오셨다는 거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공포의 소재가 되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느껴본 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죽음에 대해서 무서워 하지는 않았지만, 호랑이나 귀신을 무서워 했던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가 본 그 두사람이 "죽었다" 라는 말을 듣가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눈 앞에서 두 사람이 죽으면 너무 무섭고, 자꾸 그때 일이 생각나고 밤잠을 설칠테지만,


그때당시에는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번개를 맞으면=죽는다 라는 사실을 목격한 목격자라는


생각에 였을까요?


하지만, 사람의 본능이라는 것 자체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변태 같지만,


그 어린 나이에는 공포감을 뭔가 흥분으로 착각했을수도 있었구요.


잠을 자는데, 그날밤은 계속 천둥번개가 쳤었습니다. 엄마는 저녁에 들은 얘기가 무섭다며


집안의 전기제품이란 제품은 모두 코드를 뽑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죠.


잠을 자는데 번개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 당시에는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온가족이 한 방에서


잠을 자던 시절이었죠. 저는 막내라 가운데서 항상 잠을 잤는데, 번개소리에 깨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몸을 세워 앉아 있었죠. 몇분 간격으로 계속 번개가 치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막 울렁 거렸어요.


온몸에 열이 있는것 같은 기분이었죠. 번개 소리가 들리기전에 빛이 먼저 반짝 했는데



그 순간 창문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꽝꽝 소리가 났죠.


심장이 아주 심하게 뛰기 시작했고, 저는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큰소리로 울어댔습니다.


어린아이들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내 울음 소리에 부모님이 일어나셨고, 갑자기 오른 열에



아버지 등에 업혀 병원 응급실을 가게 됐었어요. 그 뒤로 번개를 무서워하기 시작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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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난관계로 다른 얘기는 다음에... 별러 안무서워서 죄송

 

 



*



"민경씨, 일을 좀 제대로 할 수 없어? 아무리 신입이라도 그렇지... 이런 기본적인 틀도 몰라?

개념이 없어 개념이!! 이러고 남들하고 똑같은 월급받아가는게 미안하지도 않아?"




또 시작이다. 나팀장은 무슨일만 있으면 내게 와서 화를낸다. 대리님이 알려준대로 한것 뿐인데...



대리란 인간은 나 몰라라하고 자기 일에 전념하는척 한다. 야비한 인간...



입사한지 2개월째지만 아직 나의 전공인 웹디자인쪽은 제대로 손도 대본적 없다.



복사, 커피타기, 전화받기, 남꺼 뒤집어쓰고 욕먹기.



국내에서 알아준다는 4년재 대학을 나와 나름대로 공모전도 많이 당선된 경험이 있건만,



이 부서의 쓰레기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라는 사람의 진가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이런 내 실력을 썪혀두는 너희야 말로 정말 쓰레기다.




"민경씨 팀장한테 또 한소리 들었어? 그러게....하란다고 그대로 하면 어떻게해. 사람이 융통성이라는게

있어야지. 안그래? 민경씨 기분상했어?"




팀장보다 더 얄밉다. 이대리놈. 변변한 실력도 없이 승진한번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주제에...




"그러게~ 적당히 하지. 적당히 해서 뺀지먹으면 안억울하잖아. 뭘 그렇게 열심히해?

그렇게 해도 민경씨 디자인한거 누가써주기나 한대?"




옆자리의 미스최는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속눈썹을 새끼손가락으로 메만지며 얘길한다.



얼굴도 예쁘고, 옷도 잘입고, 쎈쓰까지 있어서 그런지 일하는 능력에 비해 대우를 받는 편이다.



훗..너란애는 내가 잘알지 . 대충 월급이나 받으면서 회사다니다가 좋은 사람 물어서 시집가면



나몰라라 퇴사해 버리겠지. 미안하지만, 난 너와는 실력에서조차 레벨이 다르단 말야.



너의 그 한심한 생각을 나에게 강요할것 없잖아.





"민경씨 나뭇잎 이쪽좀 수정좀 해봐봐. 더 동그스름하게."




언제 왔는지 나팀장이 뒤에서 또 내가 한 디자인에 대해 참견이다. 이런 쥐똥만한 회사에서 겨우 팀장인


주제에, 주제넘게 참견이 너무 많다.




"아니아니, 더 동그스름하게 이건 너무 딱딱하잖아. ....아니!! 아 참나 속터지네 !!전단계로 돌려봐."




".........."




"민경씨? 전단계로 돌려보라고!! 몰라? "



"네...네? 전단계로요?"




단축키를 몰랐던건 아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생각이 안났을뿐인데....




" Ctrl+Z 키 누르면 되잖아!! 몰라? 아니 디자인한다는사람이 이 간단한 것도 몰라? 이건 기본중의 기본아냐!!

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디자인을 한다고해?!! "




주변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도 같다.



" Ctrl+Z 키도 모르는게 말이돼? 내가 괜히 민경씨한테 이런얘기해? 이런것도 모르는 사람이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간다는 사실이 쪽팔리지 않아? 디자인이 엉망이면 기본이라도 있어야 될거아냐!!"




엉망이다. 하루가 정말 엉망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있는데서 그런말을하다니...나한테 그런 창피를 주다니..





"이민경씨 오늘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이거 다 만들어."


"제품 샘플은 없어요...?"


"책상위에 놨잖아!!!!!!!!!!!!!"




지금 가져오고서는....어제부터 내내 달라고 했더니.....




"저러니 일을 제대로 하나. Ctrl+Z 처럼 기본적인 키도 모르면서 .. 기가막혀 누가뽑았나몰라."


".........."




.
.
.
.
.

"어디 얼마나했나볼까? 민경씨 한거 프린트 해서 샘플이랑 같이 제출해."



분명 보나마나 또 지랄하겠지.




"이게뭐야? 응? 이게 뭐냐고."



"오늘...한...."



"Ctrl+Z 도 모르는 민경씨야. 지금 뭔가 착각했나본데.... 민경씨 과도칼 인쇄광고 디자인하는거지


무슨...무슨이게 뭐..화장품이나 악세사리 광고야? 응? 칼날의 더 뾰족한 느낌을 내줘야지 이게뭐야?


내가 민경,,,너 같은 애 데리고 일하니 일할맛이 나겠어? 응? 사람이 말이야 성격도 어둡고. 무슨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너 같은 애는 디자인의 기본도 모르는...윽........"




"꺄아악- 팀장님!! 민경씨 지금 뭐하는.....윽...크윽......."



"민경씨... 아니 민경씨 내말 듣고....나..나는 그래도 팀장보다는 잘해줬잖아....그렇지? 기분상했어?"




"........."



"민경씨 그..그 칼 내려놓고... 지금/...윽.....윽으...."






바닥이며 천장에 피가 흥건하다. 저거 닦으려면 아마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하지만..



괜찮아... Ctrl+Z 키 누르면 전단계로 돌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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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만입니다.


요즘 너무 힘들고 바쁜생활을 해서 그런지 더더욱 백조시절이 생각나는 오후네요.


인사는 짧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요즘은 이상하게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가끔들리죠.


한번은, 아침에 출근을 해서의 일입니다.


원래 출근시간은 9시 이지만, 조금일찍 나와있으라는 말이 있은 후로는 대부분 8시 50 분 정도에


사무실에 도착을 하는데, 우선 사무실을 설명하자면.


30평짜리 빌라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원래는 가정집이었는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죠.


사장님방, 기획팀, 디자인팀 각각 방을 하나씩 사용하고, 거실은 거의 휴게실로 사용을 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거희 사장실에 안계시고 디자인실에서 하루를 보내는데 덕분에 불편한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날은 이상히게 몇분더 일찍 도착을 했는데, 저보다 먼저 출근한 사람이 있더라구요.


디자인실에 문이 닫혀 있었지만 빛이 새나오는걸로봐서 그렇게 생각을 했죠.


방문 근처에 다가갔을때 들리는 콧노래 소리로 사장님인걸 알게 됐어요.


사장님은 일할때 항상 콧노래를 즐겨부르거든요.


정확히 들었는데 반짝반짝 작은별 노래가 들렸어요. 음~음~음~음~ 음음음~ 하면서요.


문을 열면서 " 사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 라고 말하고 들어갔는데...


불은 꺼진상태고 아무도 없었죠. 동시에 음악소리도 뚝 끊기고...


순간 소름이 쫙 끼치더라구요. 후에 온 직원들에게 그 얘기를 했지만, 그냥 피곤해서 그런거라면서


웃고 넘어갔져.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이었어요.


토요일날 어디를 좀 가야되서 일을 빼야하기 때문에 금요일날 남아서 야근을 하고 있었죠.


마지막으로 기획팀 팀장이 주말 잘 보내라면서 9시반에 나갔고, 저는 좀더 일이 남았기 때문에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죠.


10시 반 정도에 일이 끝나고 나와서 지하철 역으로 갔죠.


역삼동의 특성상 그 시간에도 지하철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역삼역에서 이시간에 지하철을 타보기는 처음이라, 놀래기도 했는데...


아무튼 지하철을 탔고, 마침 자리가 났길래 앉아서 갈 수 있었죠.


심심해서 가방속에 있는 책을 꺼내 읽고 있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 소리 같기고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한... 약간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꺄아아아아아앙~~~~~" 하는... 어떻게 들으면 거슬리는 쇳소리 같기도 한.


옆칸에서 아이가 우나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아무도 이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거에요.


누구든지 한사람 정도는 나처럼 주위를 두리번 거릴법도 한데, 다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미동도 없었죠.


내가 잘못들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 책을 읽는데 또 한번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끼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또 역시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거에요.


최소한 "이게 무슨소리지?" 라는 생각에 고개한번 돌려볼 법도 한데...


순간 며칠전 아침에 들었던 그 휘바람 소리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피곤해서 그런걸꺼야... 라고 생각하면서, 집에가는 내내 6번이나 그 소릴 들었죠.


아무도 들리지 않는 듯한 그 소름끼치는 소리를.


이러다가 정말 신이라도 들리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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